Page 8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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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83
제 12칙
지장이 밭에 씨앗을 심다[地藏種田]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재사(才士)는 붓으로 밭을 갈고,변사(辯士)는 혀로 밭을 갈지
만 우리들 납자의 가풍은 한데 드러난 흰 소[露地白牛]도 돌보
기를 게을리하고 뿌리 없는 상서로운 풀[無根瑞草]도 돌아보지
않는다.무엇으로 세월을 보낼꼬?
본칙 드노라.
지장(地藏)이 수산주(脩山主)에게 묻되 “어디서 왔는가?”하니,
-온 곳을 모른다고 할 수는 없겠지.
수산이 대답하되 “남방에서 왔습니다”하였다.
-짐이나 좀 풀어 줌이 좋겠다.
지장이 다시 묻되 “요즘 남방의 불법은 어떠하던가?”하니,
-다니면서 좋은 말을 해야지.
수산주가 대답하되 “헤아리려 해도 끝이 없습니다”하였다.
-소리를 낮추라.
지장이 다시 이르되 “내가 여기에서 밭에 씨를 뿌리고 주먹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