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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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81


                하여금 허환한 경계를 제하고 허환한 마음을 멸한 뒤에 따로
                벗어날 곳을 찾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3조가 이르되 “6진(塵)
                이 나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정각(正覺)과 같다”하였고,또
                 원각경 에서는 “허환인 줄 알면 곧 여의는지라 방편을 지을
                필요가 없고,허환을 여의면 곧 깨닫는지라 또한 점차(漸次:
                순서)도 없다” 하였으니,지음[作]․그침[止]․맡김[任]․멸함

                [滅]이란 것이 마치 금강이 진흙장승의 등을 긁어 주는 격임을
                보게 되리라.
                  천동이 또 이르기를 “숨어사는 이의 가슴에 저절로 정감이
                생긴다”한 것은 “은은히 어떤 물건이 있는 듯이 여긴다”한
                것을 송한 것이니,이는 곧  원각경 에서 “‘나’를 남겨 두고
                ‘나’를 깨달으면 가만히 이어지는 것이 목숨과 같다”하여,네
                가지 병을 자세히 분별한 것이다.
                  그러므로 보각(普覺)보살이 이르되 “대비하신 세존께서 선병

                (禪病)을 쾌히 말씀해 주셨습니다”하였다.
                  “거룻배가 시골 나루터에 누워,가을 푸름에 잠겼다”한 것
                은 “법신의 경지에 이르렀으되……”란 부분을 송한 것이니 배
                가 맑은 못,고요한 물에 매어졌기 때문이다.
                  소산(疎山)은 법신을 말뚝[枯椿]이라 하였는데 이야말로 나귀
                매는 말뚝[繫驢橛]이라 하겠다.설사 배를 돌려서 운전한다 하
                여도 “노를 저어서 갈꽃으로 들어가니,눈밭의 광명이 비추는

                경지”를 면치 못한다.
                  이 경지에 이르면 맑은 광명이 눈을 비추매 집에 가는 길 잃
                은 사람 같고,분명히 몸을 돌리나 역시 길 잃은 지위에 떨어
                질 뿐이리니,이는 “설사 법신의 경지를 초월했더라도 놓아버
                리면 옳지 못하니……”한 것을 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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