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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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79


                도 가히 마음에 둘 것이 없더라도 소견은 아직 경계에 있다”

                한 것과, 능엄경(楞嚴經)에 이르시되 “비록 견(見)․문(聞)․
                각(覺)․지(知)를 모두 멸하고도 안으로 그윽하고 한가함[幽閑]
                만 지키는 것은 오히려 법진(法塵)의 아물거리는 그림자일 뿐
                이다”한 것과,남원 옹(南院顒)이 이르되 “내가 그때 등불 그
                림자 속을 걷는 것과 같았다”한 것과 같으니,그러기에 “광명

                을 꿰뚫어 벗어나지 못했다”하였다.
                  동산[洞上]의 종풍에서는 ‘고요하면 죽은 물[死水]에 잠기고
                움직이면 금시(今時:신훈)에 떨어지는 것을 두 가지 병이라
                하는데 그대들이 다만 나가되 따라 응하지 않고 들어가되 공에
                머무르지 않으며,밖으로 잔가지를 찾지 않고 안으로 선정에
                머무르지 않으면 자연히 세 가지 병과 두 가지 광명을 동시에
                벗어나게 되리라.
                  그러한 뒤에 벗어남과 벗어나지 못함을 한쪽으로 던져두고

                자세히 점검해 보아 아무 기척이 없다 해도 그것 또한 병이리
                니,어찌하여야 안락할 수 있을까?다시 천동에게 진맥[診候]을
                청하자.


               송고

               삼라만상이야 제멋대로 울퉁불퉁하지마는
               -그 소리를 들은들 어찌 그대에게 장애가 될 것이며,그들을 안다 해도
            원수는 되지 않는다.

               벗어남에는 방위가 없으되[無方]눈동자가 가리도다.
               -번개같은 몽둥이가 골타(榾木朶:옛 병기의 일종)에 부딪치도다.
               그 문정(門庭)을 쓸어내는 데 누가 힘이 있더냐?

               -자취를 쓸면 흔적이 남고 숨기고자 하면 더욱 드러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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