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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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85


                위한 것이다”하였는데,법안이 다시 이르되 “거친 마음으로
                남을 속이지 마시오”하였으나 수산주는 “쥐 주둥이에서 어찌
                상아(象牙)가 나오리오?”하고 무시해 버렸다.이튿날,하직하고
                떠나서 다음 숙소에 이르러 법안이 말하되 “형들은 먼저 가시
                오.나는 지장에게 의지하겠소.혹 장(長)한 점이 있으면 모르
                거니와 없으면 다시 와서 나를 찾아주시오”하였다.

                  법안이 지장에게 참문한 지 꽤 오래된 뒤에 수산주 등 세 사
                람도 지장에게로 왔는데 이때,“남방의 불법이 요즘 어떠냐?”
                고 물은 것이다.이때 다만 “이 지방의 일상과 다를 것이 없습
                니다”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도리어 이르되 “헤아리려 해도 끝
                이 없습니다”했으니 자기의 죄상을 들추어내는 격임[自領出
                頭]을 몰랐다.
                  지장이 또 묻되 “내가 여기서 밭에 씨를 뿌리고 주먹밥을 쥐
                어먹는 것만이야 할 수 있겠느냐?”하였을 때 문득 “그렇다면

                남방뿐이 아닙니다”했어야 좋았을 터인데,도리어 이르기를
                “3계는 어찌하시렵니까?”하였으니,남방의 선객들을 아직 속
                기(俗氣)도 제하지 못한 데 연루[帶累]시켰음이야 어찌하랴?
                  지장이 자비심 때문에 잔소리를 하되 “그대는 무엇을 3계라
                부르느냐?”하였지만 그저 “이 노승은 밭갈이가 바쁘구나”하
                여서 천동에게 똑같은 죄인 취급[一狀領過]당하는 것이나 면하
                는 것이 좋았을 것을.



               송고
               종통(宗通)이다,설통(說通)이다 모두가 억지로 하는 짓이니

               -오늘은 편치가 않구나.
               귀와 입으로 흘러 전해짐이여,이내 갈래갈래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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