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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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할꼬?”하니,
-호랑이 입에다 윗통을 벗고 들이대는구나!
삼성이 얼른 할을 하매,
-기회를 만나면 아버지에게도 양보치 않는군.
임제가 말하되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먼 나귀에 의해 멸할 줄
이야 누가 알았겠는가?”하였다.
-무거운 상을 주는 곳엔 반드시 용맹스러운 사나이가 나온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임제가 삼성(三聖)에게 유촉하되 “나의 정법안장을 멸하게
하지 말라”하였으니,이는 흥화(興化)가 극빈 유나(克賓維那)에
게 이르되 “그대는 오래지 않아 창도사(唱導師:도법을 전함
또는 포교사)가 될 것이다.벌전으로 대중 공양[罰饡飯]을 낸
뒤에 원(院)을 떠나라”한 것과 기용(機用)이 똑같다 하겠다.그
러나 사실 이 일은 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더라도 더하지
않고 천 성인이 열반에 드신다 해도 줄지 않거니,그 어찌 삼
성(三聖)따위 한 사람이 능히 멸망시킬 수 있겠는가?
옛사람이 임종을 당하여 이 일을 드러내어 발표하고,또 모
임 가운데 사람이 있다는 것을 표시하려 했는데 과연 삼성이
나서서 이르되 “어찌 감히 화상의 정법안장을 멸하겠습니까?”
하였다.이는 마치 어떤 사람이 꾸지람을 받았을 때 달게 여기
지 않으면서 도리어 승복[承頭]한 것과 같다.그때 문득 진짜
공부법[本分草料]을 주었더라면 정법안장이 이처럼 멸망하기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인데,도리어 이르되 “갑자기 누군가가 그
대에게 묻는다면 그대는 어떻게 대답할꼬?”하였으니,끊어야
할 것을 끊지 않아서 도리어 재앙을 부른 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