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P. 92
92
-주먹으로는 황학루를 쳐부수고 발길로는 앵무주를 차 뒤집으리라.
곤계[鵾]와 붕새[鵬]로 변화하도다.
-손을 뒤치면 구름이요 손을 엎치면 비로다.
이름과 말만으로는 짐작조차 어려우니
-아직도 조금 모자람이 흠이다.
진짜 수단은 허공에서 벅구놀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정법안장이 아직 있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황매(黃梅)가 남몰래 의발을 전한 지 20년에 남북이 분쟁을
하였고,임제가 분명하게 전한 뒤 지금까지 알아듣는 이가 아
무도 없으니 이러한 수단은 바로 곤어와 붕새의 변화요,바다
와 산의 평평함이라 하겠다.
대위 수(大潙秀)가 이르되 ‘옛사람이 죽음을 참아 가면서 학
자를 제접[待來]했는데 어찌하여 정법안장이 도리어 눈먼 노새
에 의해 멸했을까?’하였다.임제는 임종 길 떠날 계교가 졸속
했고,삼성 또한 전송이 소홀했다.이로 인하여 부자(父子)의
정을 잃고 마침내는 후세 사람으로 하여금 실망케 하였으니,
만일 개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산불이 다시 다른 산으로 번질
뻔한 격이 되었다.
본록(本錄)에는 “삼성이 문득 절을 했다 하였으니,좋은 마음
은 아니었을 것이요,임제가 게송을 보이되 ‘흐름 따라 머무르
지 않는 도리가 어떠냐고 묻는다면/참된 관조는 끝없는 것이
라 말해 주리라/모양도 이름도 없어 사람들이 전해 받을 수
없으니/취모검(吹毛劍)을 썼거든 빨리 걷어 두어라’하고는 엄
연(儼然)히 가셨다”고 되어 있는데 천동은 이 공안을 알맞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