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101

종용록 中 101


               -말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승이 나중에 암두(岩頭)에게 가니,
               -소식을 전하러 갔겠지.

               암두가 묻되 “어디서 오는가?”하니,
               -뚫지 않으니 구멍이 나지 않는다.
               승이 대답하되 “영남에서 옵니다”하였다.
               -여기는 영북이던가?

               암두가 이르되 “설봉에도 다녀왔는가?”하니,
               -익은 버릇은 버리기 어렵다.

               승이 이르되 “다녀왔습니다”하였다.
               -더 숨길 수는 없다.
               암두가 이르되 “설봉이 무어라 하더냐?”하니,
               -초[醋]가 되지 않고는 멈추지 않는구나.

               승이 앞의 이야기를 하매,
               -한 글자가 관가로 들어간 뒤에는 여덟 소가 끌어도 나오지 않는다.
               암두가 다시 묻되 “그가 무엇이라 하더냐?”하니,

               -고개를 숙이고 그냥 나오는 것이 더 좋을 뻔했다.
               승이 이르되 “그는 아무 말도 없이,고개를 숙이고 암자로 돌
            아갔습니다”하였다.

               -그렇다면 일찍이 설봉에 갔던 것이 되지 못한다.
               암두가 이르되 “아뿔사!그때에 마지막 구절을 일러주지 못했
            구나!

               -지금엔 일러주었는지 일러주지 않았는지.
               만일 그때에 제대로 일러주었더라면 천하 사람들이 설로(雪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