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97
종용록 中 97
이르시기를 “다만 그것일 뿐이다”하신 자리에서 알아차렸더라
면 이는 바로 이름을 바꿔서 통역[通事]하는 격이리라.그러기
에 그림자를 보고 형상을 알고,물을 건너다가 바야흐로 깨달
은 것이다.
승이 이르되 “운암은 그 도리를 알고 계셨는지요?”하였거니
와 만일 한결같이 알고 있었다고만 한다면 이는 남의 좌우에서
시중이나 드는 사람일 것이다.듣지 못했는가?있는 줄 아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소중히 받들 줄 안다고 하였다.만일 한결
같이 알고 있지 않다고만 한다면 여기에는 이익과 손해가 있으
니,전혀 알지 못하는 이도 있고,알고 있다가 나중에 알지 못
하는 이도 있고,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아는 이도 있다.그러므
로 동산이 이르되 “만일 있는 줄 알지 못했다면 어찌 그렇게
말할 줄 알았으며,있는 줄 알았다면 어찌 기꺼이 그렇게 말했
겠는가?”하였다.
화엄종(華嚴宗)에서는 이르되 “이치는 원만하나 말은 치우치
니,말이 나오면 이치는 죽는다”하였다.이는 매우 현묘한 데
다가 화통[叶通]함을 겸비하여,치우쳐 메마르지도 않고 새거나
흐름도 없는 혈맥이다.
동산이 당 대중(大中)말년에 처음으로 신풍(新豊)의 백길(百
吉)에 머물렀다가 나중에 예장(豫章)의 고안현(高安縣)의 동산으
로 옮겨 제1세,개산조가 되면서 운암의 기일에 재를 차렸던
것이다.이때 어떤 승이 묻되 “스승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받았
습니까?”하니,동산이 대답하되 “비록 거기에 있었으나 그의
가르침을 받지는 못했느니라”하였다.승이 다시 묻되 “그렇다
면 재는 차려서 무엇 하십니까?”하니,동산이 대답하되 “비록
그렇지만 감히 등질 수야 있겠느냐?”하였다.다시 묻되 “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