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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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03
심했던고?다만 안목이 둔하고 머리가 아찔하여 뻔히 보면서도
지나쳤기 때문이다.
암두가 그에게 허다한 도리를 말하되 “설봉이 나와 같은 가
지에서 태어났지만 같은 가지에서 죽지는 않겠다”하였으니,
같은 법임에는 차이가 없지만 세 사람의 견해에는 차이가 있
다.
그 승과 설봉은 동시에 “무엇인가?”했지만 마지막 구절을
논함에 이르러서는 말을 해주어도 전혀 알지 못했으니,그 어
찌 털끝만치 어긋나면 천 리를 빗나간다는 도리가 아니겠는가?
일러 보라.그 승이 실제로 알지 못해서 그런 말을 했겠는가?
위산 철(潙山喆)이 이르되 “가엾은 설봉과 암두가 도리어 그
승의 감정을 받았다”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냉정한 눈
으로 보면 암두와 설봉을 용서할 수도 있을 법하거니와 나중에
다시 덕산을 점검할 때도 마지막 구절을 알지 못한다 한 것은
참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일이다”하노라.
그러므로 천동이 두 차례 송했다.
송고
끊고,닦고,쪼고,갈음[切磋琢磨]이여,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자태가 수수께끼 같도다.
-한 가지 지혜가 늘지 못한다.
갈파(葛陂)에서 용으로 변한 지팡이요,
-바다를 지나고 구름을 꿰뚫었다는 소식 이미 듣고 있노라.
도가(陶家)에서 움츠리고 있는 북[梭]이로다.
-아직도 벽에 기대고 담에 붙은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