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102
102
老:설봉)를 어찌하지 못했을 터인데……”하였는데,
-어째서 내가 곧 설로입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승이 해제 날 다시 전의 화두를 들어 물으니,
-좋은 술은 사람들을 더디 깨어나게 한다.
암두가 이르되 “어째서 진작 묻지 않았는가?”하였다.
-낮잠을 탐내느라 그랬지요.
승이 이르되 “감히 경솔할 수가 없었습니다”하니,
-가히 총림에 내세울 일이로군.
암두가 이르되 “설봉은 비록 나와 같은 가지에서 태어났지만
나와 같은 가지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제금나기를 보채는 이는 먼저 궁해진다.
마지막 구절을 알려고 한다면 단지 이것뿐이니라”하였다.
-찌는 기운을 돌려서 열심히 판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운암은 도오(道吾)에게 방참(傍參)했고,설봉은 암두에게 방참
했으니,군자는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는
탓이리라.이제 운암과 설봉의 도가 크게 시행되는 까닭도 역
시 자기는 물러서서 남에게 양보한 음덕이겠으나 암두는 천품
이 영특하여 덕산의 도를 낮췄다 높였다 하면서 천하를 누벼도
아무도 맞설 이가 없었다.그 까닭은 그의 식견이 활짝 트였고
정신을 쌓고 길러서 성취했기 때문이다.
그 두 승을 살펴보건대 설봉의 문하에서는 화살과 활촉이
서로 만난 것 같거니와 역시 행각하는 첨지일 뿐이다.그런데
도 그들은 어찌하여 여름이 끝나도록 아직도 마지막 구절을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