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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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이 다시 묻되 “그러면 운암은 알고 계셨을까요?”하니,
               -풀을 꺾어 들고 하늘을 재려는 꼴이구나.
               동산이 이르되 “만일 알지 못했다면 어찌 그렇게 말할 줄을 알

            았으며,
               -해는 산 위에 뜨고
               만일 알았다면 어찌 기꺼이 그렇게 말했겠는가?”하였다.

               -달은 창문밖에 둥글었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동산이 운암을 하직하면서 묻되 “화상께서 열반에 드신 뒤
                에,누군가가 와서 묻기를 ‘스님의 진영을 묘사할 수 있겠느
                냐?’하면 무엇이라 대답하리까?”하니,운암이 양구했다가 이
                르되 “다만 그것일 뿐이다”하였다.동산이 속으로 되씹노라니,
                운암이 이르되 “개[价:良价]사리여,이 커다란 사단을 알려면
                모름지기 분명하게 알아야 하느니라”하였다.
                  동산 역시 아무 말도 없이 떠났는데,나중에 물을 건너다가

                자기의 그림자를 보고서야 비로소 활짝 깨닫고 이렇게 읊었다.
                “결코 딴 데서 찾지 마라/아득하여서 나와는 멀다/내 이제 홀
                로 가건만/곳곳에서 그와 만나게 된다/그가 바로 지금의 나이
                지만/나는 지금 그가 아니다/응당 이렇게 이해해야/바야흐로
                여여[如如]의 도리에 계합한다.”
                  동산이 대중에 있을 적에 운암의 진영에 공양하려는데 앞의

                “진영을 묘사한다”는 화두를 들고 나니,어떤 승이 나서서 물
                은 것이다.“듣자 하니,운암이 이르기를 ‘다만 그것일 뿐이라’
                하셨다는데,그 뜻이 무엇입니까?”하니,동산이 이르되 “내가
                그때 거의 스승의 뜻을 잘못 알았었다”했다.만일 양구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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