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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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가지에 태어난 이는 얼마든지 있으나
-세상으로는 서로 가까우나
같은 가지에 죽는 이는 많지 않도다.
-습관으로는 서로 멀다.
마지막 구절이여,다만 그것일 뿐이니,
-우선 반쯤 믿어 볼 것이나
바람맞은 배에 달을 싣고 가을 강에 떴도다.
-절대로 뿌리를 박지는 마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모시(毛詩) 기오편(淇奧篇)은 무공(武公)의 덕을 찬미한 것
이다.그가 문장능력이 있고 또 법다운 간언(諫言)을 받아들였
으며 예절로써 스스로를 방어한 까닭에 주(周)의 재상으로 들
어간 것을 찬미하여 이 시를 지었으니,“저 기오를 보건대/푸
른 대[綠竹]가 우거졌도다/풍도 있는[有匪]군자여/끊은 것 같
고,닦은 것 같고,쫀 것 같고,간 것 같도다”하였는데,주(註)
에 이르되 “뼈를 다듬는 것을 끊는다 하고,상아를 다듬는 것
을 닦는다 하고,옥을 다듬는 것을 쫀다 하고,돌을 다듬는 것
을 간다”하였다.덕산의 설봉이 암두를 만나서 마지막 구절을
깨달은 뒤로부터 지금까지 이 화두가 널리 퍼지는 까닭은 끊고
갈아서 변화의 이치에 통달한 힘 때문이다.
설봉은 마치 용으로 변화한 지팡이 같고 그 승은 마치 제자
리에 웅크리고 있는 북[梭]과 같다고 암두가 점검해 내었지만
아직껏 같은 가지에 죽는 이가 많지 않은 까닭은 알려지지 않
았다.혹자는 이르되 “암두는 마치 용으로 변화한 지팡이 같고
설봉은 마치 제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북과 같다”하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