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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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께서는 남전(南泉)에게서 깨달았는데 어찌하여 운암에게 재를
                드립니까?”하니,동산이 대답하되 “나는 스승의 도덕이나 불
                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가 나에게 말해 주지
                않은 점을 소중히 여길 뿐이니라”하였다.승이 다시 묻되 “화
                상께서는 스승의 법을 계승하셨으니,그를 긍정하십니까?”하
                니,동산이 이르되 “반은 긍정하고 반은 긍정치 않느니라”하

                였다.승이 다시 묻되 “어째서 전부를 긍정치 않으십니까?”하
                니,동산이 대답하되 “내가 만일 전부를 긍정하면 스승을 저버
                리는 것이니라”하였다.
                  만송은 이르노니 “운암이 20년 동안 백장산에 있었으되 도리
                어 약산(藥山)의 법을 이었더니,동산도 남전에게서 깨달았으되
                도리어 운암의 법을 이었다.그들은 한결같이 다른 싹을 바꾸
                어서 번성시키면서 신령스런 뿌리를 밀밀히 굳혀,부용(芙蓉:
                道楷)을 얻어 종파를 중흥시켰더니,천동에 이르러서야 바야흐

                로 문과 채[文彩]가 갖추어졌다”하노라.
                  어떤 것이 문채인가?천동의 송을 보자.


               송고

               어찌 그렇게 말할 줄 알았으리오 하니,
               -어둠 속에서는 팔뚝을 휘둘러 뽐내지만…….
               5경이면 닭이 울어 집집마다 새벽이오.

               -해가 동쪽으로 오른다.
               어찌 기꺼이 그렇게 말했으리오 하니,
               -밝은 가운데서는 말문을 막아 버린다.

               천 년 묵은 학이 구름과 솔과 함께 늙는다.
               -달이 서쪽으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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