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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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07
법안이 다시 곁의 승에게 묻되 “그대 말해 보라.아까 저 중이
안목을 갖추었느냐,갖추지 못했느냐?”하였다.
-아깝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황룡 회당(黃龍晦堂)이 황로직(黃魯直)에게 물어,바야흐로 말
이 궁색해지던 차에 어떤 사람이 들어왔다.회당이 묻되 “누가
그대를 이리로 보냈는가?”하니,그 사람이 대답하되 “대림(大
林)의 섭수재(葉秀才)가 보내서 왔습니다”하였다.다시 묻되
“서신을 가져온 것이 있느냐?”하니,“있습니다”하였다.다시
묻되 “편지는 어디에 있느냐?”하니,그 사람이 손을 빼서 옷깃
속에서 편지를 내어 회당에게 바쳤다.회당이 이르되 “도를 배
우되 이 사람의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옳다”하매,황로직은
얼굴에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법안이 각상좌에게 배로 왔느냐,뭍으로 왔느냐 하였는데 각
상좌가 배로 왔다 하였고,법안이 다시 배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데 이르러서는,백 명에 아흔아홉 명은 기개를 드러내어
무엇인가를 보이려 하는데,그는 차분하게 안정된 사람인지라
거기서 한바탕 싸움을 벌이려고 “배는 강에 있습니다”하였다.
자주(磁州)의 노스님은 이를 두고 “마치 모래판에다 발 여덟이
달린 냄비를 놓은 것 같아서 조그만치도 흔들림이 없다”하였
다.
각상좌가 뒤로 물러서자 법안은 다시 곁에 있던 승에게 묻
기를 “그대는 일러 보라.조금 전의 그 승이 안목을 갖추었더
냐,갖추지 못했더냐?”하였으니,이 한 물음에 대단한 수수께
끼가 들어 있다.만일 안목을 갖추었다고 한다면 어떤 기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