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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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09


                게 분부하여 구방인(九方堙)으로 하여금 말을 구해 오게 하였
                다.석 달 만에 돌아와서는,‘말이 사구(沙丘)에 있는데 수컷이
                고 누른 빛이라’하였다.말이 이른 뒤에 보니 암컷이고 까만
                색이었으므로 목공이 백락에게 이르되 ‘구해 온 말이 무슨 빛
                깔인지도 암컷인지도 수컷인지도 몰랐으니 실패했도다’하였
                다.백락이 크게 탄식하면서 이르되 ‘어쩌다 일이 여기에까지

                이르렀는가?구방인이 본 말은 천기(天機)라.정미로움은 얻었
                고 거침은 잊었으며,안은 보고 겉은 잊었으니,과연 천리마로
                다’하였다”고 한다.
                  진(晋)의 도잠(陶潛)은 자가 연명(淵明)인데 거문고를 뜯을 줄
                모르면서도 소금(素琴:줄 없는 거문고)한 개를 갖고 있었는
                데 현도 줄도 없었다.그러나 그는 “다만 거문고 속의 취미를
                얻으면 족하지 어찌 수고로이 줄 위의 소리를 들으려고 애를
                쓸까 보냐?”하였다.

                   주역(周易)에 이르되 “상고(上古)에는 노끈을 맺어서[結繩]
                다스렸었는데 나중에 성인이 나타나서 문자[書契]로 바꾸었다”
                하였고,또 이르되 “옛날에 포희씨(包犧氏)가 천하를 다스릴 때,
                우러러서는 하늘의 형상을 본뜨고 굽어서는 땅의 형상을 본받
                고,새와 짐승의 문채와 땅의 마땅함을 관찰하고 가까이는 몸
                에서 취하고 멀리는 사물에서 취하여 비로소 팔괘(八卦)를 만
                들었다”하였다.

                  이에 대해 만송은 이르노니 “태고 적에 천지가 처음 나뉘니
                이미 상대가 이루어졌거늘 다시 노끈을 맺고 괘를 그리니 더욱
                순진함을 잃었다.석가가 세상에 나타나기 전이나 조사가 서쪽
                에서 오기 전에도 진제니,속제니,세상법이니,불법이니 하는
                것이 있었더냐?”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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