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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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주(舒州)의 해회 제거(海會濟擧)선사가 법을 얻은 뒤 어느
                날 낭야 혜각(瑯琊慧覺)에게 갔다.혜각이 묻되 “상좌는 지금
                어디서 오는 길인가?”하니,제거가 대답하되 “절강(浙江)에서
                옵니다”하였다.혜각이 다시 묻되 “배로 왔는가,육지로 왔는
                가?”하니,제거가 대답하되 “배로 왔습니다”하였다.혜각이
                다시 묻되 “배는 어디에 있는가?”하니,제거가 대답하되 “강에

                있습니다”하였다.혜각이 다시 묻되 “길을 거치지 않는 한 구
                절은 어떻게 이르려는가?”하니,제거가 대꾸하되 “억지 쓰는
                장로[杜撰]가 삼매[麻]같이,좁쌀[粟]같이 많구나!”하고는 얼른
                물러가 버렸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다니면서 좋은 말만 하는
                구나!”하노라.
                  동산 수초(洞山守初)화상이 어떤 승에게 묻되 “어디서 왔는
                가?”하니,승이 대답하되 “여주(汝州)에서 왔습니다”하였다.
                동산이 다시 묻되 “여기서 얼마나 되는가?”하니,승이 대답하

                되 “칠백 리로소이다”하였다.동산이 다시 묻되 “짚세기를 몇
                켤레나 떨어뜨렸는가?”하니,승이 대답하되 “세 켤레입니다”
                하였다.동산이 다시 묻되 “어디서 돈이 생겨서 샀는가?”하니,
                승이 대답하되 “삿갓을 팔았습니다”하였는데,동산이 이르기
                를 “당에 들어가서 더 참구하라”하니,승이 “예”하였다.
                  만송은 이에 대해 이르노니 “온몸이 손과 눈이라도 그를 간
                파할 수 없겠구나.일러 보라.그 승은 눈이 어디에 있는가?눈

                썹 밑이로다”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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