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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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13
덕상좌가 이르되 “마치 노새가 우물을 엿보는 것 같다”하였
으니,이 어찌 정식(情識)과 계교로 가히 미칠 바이겠는가?오
랫동안 단련을 겪어서 안목을 갖추지 않은 납자에게는 그러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허락하지 않는 대목일 것이요,만일 소인의
작태로 향상의 관려자[向上關棙子]가 없는 이였다면 두 말 없
이 그를 긍정하는 말일 것이다.
조산이 이르되 “이르기는 대단하게 일렀다마는 겨우 팔 분만
을 일렀다”하였으니 마치 저울로 달아 본 것 같고,덕상좌가
이르되 “그렇다면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하였다.이 한
수작[一拶]은 이치가 다하고 말이 궁극했지만,감히 이르노니
“제가 말한 ‘노새가 우물을 엿보는 것 같다’고 한 한 구절을
벗어날 수 없다 하겠거늘 그가 그저 조심스럽게 겨우 슬쩍 스
쳐 지났을 뿐이니 가히 끼리끼리 부딪치면서 자라난다”하리
라.이것이 조동종의 근원이 되는 까닭이니,천동은 이 두 마디
가 엎치락뒤치락한 것을 매우 사랑하여 한꺼번에 송으로 읊어
냈다.
송고
노새가 우물을 엿보고
-오경 첫새벽에 일어났는데
우물이 노새를 엿본다.
-밤부터 다니는 이가 또 있구나!
지혜는 수용함이 끝이 없고
-천하의 납자가 뛰어넘지 못하고
청정은 양육함[涵養]에 남음이 있다.
-만상(萬像)이 그 그림자를 도망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