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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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15
였는데,왕도가 응하지 않자 왕돈은 주의를 죽였다.왕도가 나
중에 궁중문서를 검열하다가 주의가 자기를 구제키 위하여 표
를 올렸던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르되 “유명(幽冥)사이
에서 이렇게 좋은 벗을 저버렸구나!”하였다.
총림에도 팔뚝 뒤의 부적[肘後符]이란 말이 있으니, 춘추(春
秋) 후어(後語)에 조간자(趙簡子)가 여러 아들에게 이르되 “내
가 팔뚝 뒤의 부적을 상산(常山)위에다 숨겨 두었으니,먼저
얻는 자에게는 상을 주리라”하였다.여러 아들이 앞다퉈 산으
로 올라가서 찾았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오직 양자(養
子)무휼(毋卹)만이 돌아와서 이르되 “무휼이 이미 부적을 얻었
으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분별하지 못합니다”하였다.조간
자가 자세히 설명하기를 명하니,무휼이 이르되 “상산으로부터
내려오노라면 임대(臨代)라는 고을을 얻을 수 있습니다”하매,
조간자가 이르되 “무휼은 어질도다”하고는 태자로 세웠다.
운암(雲岩)이 대중에게 보이되 “어떤 집 아이에게 무엇을 물
으면 모르는 것이 없더라”하니,동산(洞山)이 나서서 묻되 “그
집에 책이 몇 권이나 있던가요?”하였다.운암이 이르되 “한 글
자도 없느니라”하니,동산이 이르되 “그렇게 많이 알다니”하
고 탄복하매,운암이 이르되 “밤낮으로 잠든 적이 없었느니라”
하였다.동산이 또 이르되 “한 가지 여쭙고자 하는데 허락하시
겠습니까?”하니,운암이 이르되 “이른다면 그것은 곧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하였다.
팔뚝 뒤의 부적을 눈가 분별하리오?한 것은 깊고 비밀하게
스스로만이 얻은 도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분별하지 못한다는
뜻이요,집안에 서적을 갈무리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많이 안
다는 것은,태어나면서 아는 이는 상등이요,배워서 아는 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