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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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19


                지도 않으려면 손에서 얻어지고 마음에서 느껴져야 합니다.입
                으로는 말할 수 없으나 묘함[數]은 그 사이에 존재합니다.신도
                신의 자식에게 가르치지 못하고 자식 역시 신에게 배우지 못합
                니다.그러므로 신이 나이 칠십이 되도록 수레를 깎고 있습니
                다.옛사람도 전하지 못하고 죽었을 터인즉,공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의 지게미입니다”하였다.

                  또 이르되 “그렇게 행각해서는 다른 사람의 웃음을 살 뿐이
                다”하였으니,팔백 명,천 명 모인 곳을 보거든 얼른 떠나되
                다만 열을 올리거나 소란을 피우기만을 도모하지 말라고 하였
                다.산승이 행각할 때에 간혹 풀섶에서 어떤 첨지를 만나면 얼
                른 정수리에다 한 방망이 갈겨 주어서 그에게 감각[痛痒]이 있
                으면 자루에다 쌀을 넣어서 공양했었다.만일 그대들같이 전부
                이렇게 수월한 자들이었다면 어찌 오늘 일[今日事:新薰]이 있
                었겠는가?그대도 이미 행각하는 이라 불린다면 역시 정신을

                바싹 차리는 것이 좋겠다.
                  대당국(大唐國)안에 선사가 없다는 말을 아는가?황벽 이후
                에 암두와 나산(羅山)이 이 법령 시행하기를 즐겼고,근대에는
                불일 북래(佛日北來:北來는 堯公?]와 경수의공(慶壽顗公)이 죽
                을 때까지 뜻에 맞는 이가 없으되 차라리 후사[嗣]가 끊어져
                아무도 없어도 무방하게 여겼다.향산 준(香山俊)화상과 우리
                종조[叔祖]의 문손들도 이 영을 시행했는데,모르는 이는 가슴

                속으로 깨쳤다[點胸]하거니와 간혹 분함을 모르는 자[不憤底]
                가 있으면 나서서 머리로 알기[承頭]를 바랐던 것인데,과연 한
                승이 나서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제방의 존숙(尊宿)들이
                모두가 무리를 모아 놓고 교화하는데 어찌하여 선사가 없다고
                하십니까?”하니,황벽이 이르되 “선이 없다고 한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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