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120
120
다만 스승이 없다고 했을 뿐이니라”한 것이다.
위산이 이 일을 들어 앙산에게 묻되 “어떤가?”하니,앙산이
이르되 “거위왕[鵝王]이 우유를 고르는 것이 실로 오리의 무리
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하였더니,위산이 이르되 “이는 실로
가리기 어려우니라”하였다.이에 오조 계(五祖戒)가 그 승의
말을 꺼내 다르게 말하되 “화상께서 도리를 말씀해 주심에 감
사합니다.했으면 좋았을 것을”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선
소리[生言]에 익은 말씀[熟語]이요,찬 입술[冷脣]에 담담한 혀
[淡舌]로다”하노라.석문 총(石門聰)은 이르되 “황벽의 법문[垂
示]은 기특하지 않은 바는 아니나,한 납자에게 건드림[挨拶]을
당하자마자 외짝 눈을 잃어버렸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그 승의 두 눈망울을 바꾸어 버렸다”하노라.승천 종(承天宗)
은 이르되 “오조 계의 눈빛이 사천하를 비추었다”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그래 봤자 겨우 외짝 눈이다”하노라.“만일
황벽을 알아보려면 아직 멀었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과연!”이라 하노라.“만일 정법안장은 붙들어 세우려면 모름지
기 황벽종사 같은 분이라야 된다”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
니 “비단 위에 다시 꽃을 수놓는구나”하노라.
취암 진(翠岩眞)이 이르되 “제방에서 헤아려 따지고는 문득
이르기를 황벽이 그 승을 주저앉혔다 한다”하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그 승을 붙들어 일으킨 줄은 모르는구나!”하노라.
또 이르되 “황벽이 그 승이 나타나자 꼼짝도 못 했다”하거니
와,만송은 이르노니 “승과 속이 더욱 분명하니라”하노라.또
이르되 “무슨 까닭인가?취암이 문득 망설임을 일으켰으나 안
개 속의 이리[霧豹]나 못 속의 수달피[澤毛]도 일찍이 먹기를
금했었고,뜰의 새[庭禽]는 용맹을 기르다가 마침내는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