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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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암이 이르되 “온몸에 두루한 손과 눈입니다”하니,
               -빈틈이 없지.
               도오가 이르되 “이르기는 대단하게 일렀으나 겨우 팔 분밖에

            되지 않는다”하였다.
               -제가 혀가 짧았나 봅니다 할 것을.
               운암이 다시 이르되 “사형은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하니,

               -이치에 맞으면 곧 나간다.
               도오가 이르되 “온몸이 통째로 눈과 손이니라”하였다.
               -막힌 곳이 없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고(李翶)가 아호(鵝湖)에게 묻되 “대비보살은 천 개의 눈과
                손을 무엇에 씁니까?”하니,아호가 이르되 “금상(今上)께서 공

                을 쓰는 뜻은 무엇이오?”하였다.옛날 화복(貨卜)이라고 부르
                는 눈먼 산인(山人)이 있었는데 비가 온 뒤에 길이 질건만 희고
                고운 신을 신고 저자로 들어갔다.사람들이 산인에게 묻되 “눈
                이 멀었는데도 어찌하여 진흙에 신을 버리지 않았는가?”하니,
                산인이 지팡이를 들어 보이면서 이르기를 “지팡이에 눈이 있
                소”하였다.이 산인의 일로 증험하건대 밤에 목침을 더듬어
                찾을 때엔 손에 눈이 있고,밥을 먹을 때엔 혀끝에 눈이 있고,

                말소리를 들어 사람을 알아볼 때엔 귓속에 눈이 있다.
                  소자 첨(蘇子瞻)이 귀먹은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엔 글씨만
                을 쓰고는 다시 웃으면서 이르되 “나와 저 사람은 평범한 사람
                이 아니니 나는 손으로 입을 삼고 저 사람은 눈으로 귀를 삼는
                다”고 하였다.부처님께서 6근이 서로 작용한다 하신 말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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