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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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27


                실로 속임이 없다 하겠다.
                  무진거사(無盡居士)가 지은 노주(潞州)자암사(紫岩寺)대비전


                (大悲殿)기문에  대비경(大悲經)과  능엄경(楞嚴經)을 들어서
                가장 상세하다 하였다.일찍이 어떤 책을 보니 대비보살이 옛
                날에는 묘선공주(妙善公主)였다는 사실을 하늘 사람이 도선(道
                宣)율사에게 일러주었다고 하였다.그러나 32응신과 백억 화신

                이란 것도 보는 이에 따라 같지 않으니 제각기 본 바에 따랐을
                뿐이다.천각(天覺:無盡의 字)이 또 이르기를 “천 개의 손이란
                미혹한 이를 이끌고 중생을 제접함이 많다는 뜻이요,천 개의
                눈이라 함은 광명을 놓아 어둠을 비춤이 넓다는 뜻이다.만일
                중생이 없고 진로(塵勞)가 없다면 한 손가락도 쓸모가 없거니
                하물며 천만 개의 팔이겠는가?눈동자 하나도 필요치 않거니
                하물며 천만 개의 눈이겠는가?”하였다.온몸에 두루함[徧身]과
                온몸이 통째[通身]로는 하필(何必)과 불필(不必)의 차이여서 깊

                고 얕음이 있는 듯하나 실은 손해도 이익도 없다.
                  운거(雲居)가 대중에게 보이되 “노승이 20년 전에 삼봉암(三
                峰菴)에 있을 때 흥화(興化)가 와서 이르기를 ‘시험삼아 한 가
                지 물어서 염탐거리[影草]로 삼으려 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하였는데 노승이 그때에 기지[機]와 생각이 둔하여 대답을 못
                했으니,그의 물음이 너무나 기묘해서 그를 저버릴 수가 없었
                기 때문이다.그때 그가 이르기를 ‘생각건대 암주는 그 말에

                대답을 못 할 것 같으니 절을 하고 물러가는 것만 못하겠다’
                하였는데,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때에 하필(何必)이라고 말할
                줄을 몰랐다”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만일 용이하게 얻
                을 수만 있다면……”하노라.
                  나중에 어떤 화주가 흥화에게 이르니,홍화가 묻되 “그 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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