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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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31


               설봉이 이 일을 암두(岩頭)에게 이야기하니
               -집안에 반란이 생기는군.
               암두가 이르되 “변변치 못한 덕산이 마지막 구절[末後句]을 알

            지 못하는군!”하였다.
               -아비가 자식의 허물을 숨길 줄 알면 정직함이 그 안에 있느니라.
               덕산이 듣고 시자를 시켜 암두를 불러다 놓고 이르되 “그대가

            노승을 긍정치 않았다지?”하니,
               -기름을 뿌려 불을 끄려고 하는구나!
               암두가 자기의 뜻을 사뢰매,

               -인간의 사사로운 말이 하늘에 들리기는 우레와 같다.
               덕산이 그만두고 물러갔다.
               -과연 알지 못했구나!

               덕산이 이튿날 상당하여서는 과연 다른 날보다 다르니
               -바람결을 따라 키를 돌린다.
               암두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이르되 “저 노장이 마지막 구절

            을 알아서 다행이다.
               -집안의 흉을 밖으로 퍼뜨리는구나!
               뒷날 천하 사람이 아무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라”하였다.

               -콧구멍이 어째서 내 손아귀에 있는가?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설봉은 고개를 숙이고 암자로 돌아갔고 덕산은 얼른 방장으
                로 돌아갔으니,가장 잘 참구해야 할 대목이다.암두가 은밀히
                그 뜻을 사뢰었다 하니 그대 일러 보라,무엇이라 사뢰었겠는
                가?덕산이 또 그만두고 물러갔으니,가히 서로 만나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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