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132

132


                드러내지 않았건만 마음을 움찔했다 하면 문득 서로 알아준다
                는 격이다.
                  덕산이 다음날 상당하여서는 과연 다른 날과 같지 않았으니,
                이 또한 잘못으로써 잘못에 보태는 격이다.암두가 승당 앞까
                지 내려와서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면서 이르되 “저 노장이 마
                지막 구절을 알아서 다행이다.뒷날 천하 사람이 아무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라”하였으니,결코 후배들을 덮어 누르는 말로
                만 생각지는 말아야 한다.“비록 그러나 겨우 3년뿐이다”했는
                데,덕산은 과연 3년 만에 입적했다.
                  천각(天覺)이 송하되 “종소리 북소리 모두 없는데 발우를 들
                고 돌아가누나/암두가 슬쩍 던진 한마디 말씀이 우레같이 천
                지를 진동하였네/과연 3년밖에 살지 못하니/그에게 수기를
                받은 꼴은 아닌지……”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그대의 이
                불 호청 찢어진 줄 아는 것은 그대와 같은 이불에서 잠을 잤음

                이 아니던가?”하노라.
                  명초(明招)가 덕산을 대신하여 이르되 “애달프다!어디로 가
                는가,어디로 가는가?”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콧구멍이
                몽땅 남의 손아귀에 있구나”하노라.
                  설두가 이르되 “외눈박이 용이라고 일찍이 들었는데/알고
                보니 원래가 눈 하나인 용이로다”한 말이 있거니와 덕산이 이
                빨 없는 호랑이인 줄은 전혀 몰랐다 하리라.만일 암두가 알아

                내지 못했더라면 어찌 오늘과 내일이 같지 않음을 알겠는가?
                  여러분은 마지막 구절을 알고자 하는가?다만 노호(老胡)가
                “알았다[知]고는 인정할 수 있으나 깨달았다[會]고는 허용할 수
                없으니 반쯤 가리고 반쯤 막아서 새나오는 허물도 모르는도다”
                하였다.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