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136
136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밀사백이 이르되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하니,
-사람이 범을 해칠 마음이 없으면 범도 사람을 해칠 생각이 없다.
동산은 이르되 “여러 대의 번영이 잠깐 사이에 몰락했습니다”
하였다.
-허공에서 떨어지기는 어렵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동산이 담주(潭州)신산 승밀(神山僧密)선사와 물을 건너는데
동산이 묻되 “물을 건너는 법이 어떠합니까?”하니,승밀이 대
답하되 “다리[脚]를 적시지 않습니다”하였다.동산이 다시 이
르되 “거만스럽게도 그 따위 말을 하시는군요”하니,승밀이
이르되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하니,승밀이 이르되 “다
리가 젖지 않느니라”하였다.
교가(敎家)에도 성품과 닦음의 두 문이 있는데 동산은 공을
빌려 지위를 밝힘[借功明位]이라 하였다.대체로 닦음을 인하여
깨달아서 범부로부터 성인에 들어감은 백의의 서민이 곧장 재
상을 배수(拜授)받는 것 같고,만일 먼저 깨닫고 나중에 닦아서
성인으로부터 범부로 들어감은 마치 여러 대의 영화가 본래 존
귀하였기에 비록 만 가지 형태로 몰락했으나 골격은 여전히 남
는 것 같다.그러기에 이르기를 “가난한 아들의 비유 속에 이
도리를 밝혔고,구슬을 바치는 게송에서는 비단휘장을 친 속에
드러났다”하였다.
그대들 모두는 두 존숙의 견처(見處)를 보고자 하는가?천동
이 한 장의 공초로 처리한 게송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