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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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으레 갈대밭에 묵는도다”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
노니 “별다른 소리가 있으리라 여겼더니……”하노라.
고금시화(古今詩話)에 이르기를 천협(川峽)에서는 삿대잡이
와 키잡이를 일러서 장년(長年),도사공[三老]이라 한다 하였는
데,두시(杜詩)에서는 이르되 “촉의 소금과 오의 삼[麻]을 예로
부터 교역했는데/만곡(萬斛)의 배가 바람같이 달린다/장년과
도사공의 구성진 가락 속에/한낮의 높은 물결 위에서 돈치기
[攤錢:일종의 놀음]를 하누나”하였다.
이 일은 마치 배를 모는 것과 같아서 양쪽 언덕에 붙어도 안
되고,중간에 머물러도 안 된다.단하는 밤에 갈대밭에 묵는다
했고,천동은 바람결에 맡겨 버린다 했으니,일러 보라.키를
꼬나서 뱃머리를 돌릴 때가 어떠한가?밤이 깊었는데 갈대밭에
가서 묵지 않으면 중간도 양쪽도 아득히 벗어나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