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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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가 얼른 나가 버렸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구르는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위산이 자신을 검은 암소[水牯牛]라 하더니,유철마에게는
늙은 암소란 이름을 붙여 불렀다.이것은 작가들끼리 만나는
모양새이리라.그가 비록 여승[尼]이지만 오랫동안 위산에게 참
문하다가 위산에서 십 리쯤 떨어진 곳에 암자를 꾸리고 사는
터였다.
어느 날 자호(子湖)에게 참문하니,자호가 묻되 “그 유명한
무쇠맷돌[鐵磨]이 아니냐?”하니,철마가 대답하되 “과분합니다
[不敢]*”하였다.자호가 다시 묻되 “왼쪽으로 도느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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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도느냐?”하니,대답하되 “화상께서는 헷갈리지 마십시
오”하매,자호가 때렸다.
자호와 위산의 솜씨를 살펴보건대 놓아주기로 말하면 모두
놓아주었고,거두기로 말하면 모두 거두었다.불과(佛果)는 이
를 일러 “격신구(隔身句)”라 표시했으니,이는 뜻은 통하나 말
은 막힌다는 뜻이다.말과 뜻이 모두 통하는 도리를 알고자 하
는가?다시 천동의 홀딱 벗은 송을 들어보라.
송고
백 번 싸운 공이 이루어져,늘그막이 태평하니
-집안에 안정하여 생업을 즐기누나.
걸림 없는 이[優柔]뉘라서 저울 눈금을 다투랴?
*그렇기는 하나 그렇다고 당당히 대답하기는 좀 과분하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