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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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57
-부유한 사람은 똑똑해 보인다.
옥 채찍,금 안장,하루종일 한가하니
-있으나 없는 듯하다.
밝은 달,맑은 바람,한평생 풍요롭다.
-써도써도 다함이 없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어린 중은 부처를 자주 들먹이고,늙은 장수는 병졸의 일을
입에 담지 않는다.
산밑의 보리밭이 푸른지 누른지 분간치 못하고 여릉(廬陵)의
쌀값이 어떤지를 모르거니,다시 불법을 논한들 꿈엔들 보겠는
가?
동한(東漢)의 진번전(陳蕃傳)에 나오는 이야기다.진번은
가풍과 명성을 세워 어두운 세속을 향해 목을 돋아 외치노라
니,험하고 좁은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렸다.그러나 형 받은
사람이나 썩은 아전 등 두 종류의 사람을 만날 때엔 가풍도 명
성도 세우지 않고,험난한 이론도 펴지 않았다.이렇게 걸림 없
고 평이(平易)함이 늙을수록 원숙해졌다고 하였다.
천동이 이 일을 음미하고 찬탄해 마지않은 뜻이 무엇일까?
얻은 곳엔 자연히 계교를 잊고,활용할 때엔 전혀 공력을 들이
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