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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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경조 미(京兆米)선사는 첫째는 미칠사(米七師)라 하고 둘째는
미호(米胡)라 했는데,속가의 일곱째로서 수염이 가장 아름다웠
으므로 이렇게 두 가지 이름이 생기게 되었으니 팔방에서 그를
주옥(珠玉)으로 여겼다.그는 설봉(雪峰)의 법을 이은 것으로 되
어 있는데,지금의 화두에 의거해 보면 앙산과 함께 참문하여
위산의 법을 이었음을 알겠다.
그 승이 바야흐로 묻되 “예로부터의 여러 현인들이 진정한
이치를 통달했습니까?”하니,미호가 “통달했다”한 것이다.
그 승이 다시 묻되 “그 진정한 진리를 어떻게 통달했겠습니
까?”하였으니,이는 “깨달음을 의지해야 하는가?”한 것과 다
르지 않다.미호가 이르되 “옛날에 곽광(霍光)이 가은성(假銀城)
을 선우(單于)에게 팔 때에 계약서[契書]는 누가 만들었겠나?”
하고 반문하니,불과(佛果)가 미호를 일러 “큰 선지식이다.이
름이란 헛되게 전하지 않는 법이다”했다.승이 이르되 “저는
당장 입이 막혀 할 말이 없습니다”하니,미호가 이르되 “느닷
없이[平地]사람을 담보로 삼는구나!”하였다.이렇듯 미호는
“통달한다”하였고 앙산은 “깨달음은 없지 않으나 둘째 것에
떨어지는 것이야 어찌하겠는가?”하였으니,만일 깨달음을 의
지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곳에서 이르기를 스스로 긍정해야 바
야흐로 친해진다 한 것은 어찌하랴?
승묵(勝黙)화상이 항상 이르되 “투자(投子)는 옛 화두를 들되
안으로 수려해서 예사롭지 않고[俏措]꾸밈이 없다[無賽]”하였
다.일찍이 이 화두를 들고는 이르되 “그러나 앙산의 이런 말
이 자기의 허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만일 면할 수 있다면
다시 누군가는 대단히 불평을 할 것이다.만일 면할 수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