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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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67
남겨 두는 이는 형상을 얻은 이가 아니요,형상을 남겨 두는
자는 뜻을 얻은 자가 아니다”하였다.
만일 둘째 것에서 이르되 “깨달음과 통달함이 잠시라도 없어
서는 안 된다”한다면,다른 곳에서 이르기를 “설사 묘한 깨달
음이 있더라도 역시 토해 버려야 한다”한 것은 어찌하여야 되
겠는가?재빨리 손을 털고 집으로 돌아가서 다시는 한 물건도
없게 되어야 비로소 옥로도 통발도 버리게 되는 것이다.공부
라든가 지혜로 안다는 것 모두가 둘째 것에 속하나니,공부가
다하고 지혜로 알려는 일도 끝나기에 이르러야 비로소 조그만
치의 기미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장자(莊子) 외편(外篇)변무(騈拇)제8에 이르되 “발에 육손
[騈]이 붙은 것은 쓸모 없는 살이 이어진 것이요,손에 곁가지
[枝]가 난 것은 쓸모 없는 손가락이다”하고,그 주에 이르되
“변무는 엄지발가락에 이어진 둘째 발가락이요,가지[枝]란 여
섯째 손가락이다”하였다.이는 공부가 다하지 못하면 마치 변
무가 쓸모 없는 살에 이어진 것과 같다는 것이다.
춘추(春秋)에 나오는 이야기다.초문왕(楚文王)이 신(申)을
치기 위해 등(鄧)을 지나가는데 등기후(鄧祁侯)가 이르되 “나의
생질[甥]이로다”하고는 멈추게 하고 대접을 하였다.추생(騅
甥),염생(聃甥),양생(養甥)은 초자(楚子:초왕)를 죽이라고 청
했으나 등후가 허락지 않으니 세 생[三甥]이 이르되 “등(鄧)을
망칠 자는 반드시 이 사람이다.만일 서둘러 도모하지 않으면
나중의 군왕은 뉘우쳐도 소용없을 것[噬臍]이다”하였는데,주
에 이르되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라”하였다.이는 지혜가 이
르지 못하는 곳,지혜로도 알 수 없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토끼가 늙었다”함은 둥근 달을 이르는 말이니,단하(丹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