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2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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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다니기를 허용치 않고,새벽에 가라 했으니
               -벌써 길에 나선 꼴이 되었는데…….
               집안 소식을 기러기나 고기에게 전할 줄이야!

               -벌써 경솔하게 소식을 전했는데…….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지도론(智度論)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어떤 성이 있는데
                사방으로 백유순(百由旬)이다.그 안에 겨자씨를 가득히 채우
                고,백 년 만에 겨자씨 한 알씩을 꺼내어 겨자씨가 다하더라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겁 돌[劫石]이라 함은 범어의
                겁파(劫波)니,번역하면 시간[時分]이다. 누탄경(樓炭經) 에,사
                방이 40리나 되는 커다란 돌 하나가 있는데 백 년마다 하늘무

                리가 얇은 옷을 입고 내려와서 하늘옷으로 돌을 스치고 지나가
                서 그 돌이 다 닳아 없어져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 하였다.이
                것이 겨자씨 성[芥城]과 겁 돌[劫石]이다.
                  이것은 신훈[今時]이 다하고 도리어 공겁 이전으로 돌아가야
                산 눈[活眼]이 트인다는 뜻이다.

                  허공 속[環中]이라 함은  장자(莊子)에 이르기를 “지도리
                [樞:中樞]는 허공 속[環中]의 자리를 찾아야 무궁한 사물에 응
                할 수 있다”하였는데,이는 빙글빙글 끝없이 도는 데서 그 복

                판을 찾는다는 뜻이니 고리 가운데 빈곳은 체(體)요,빙글빙글
                끝없이 도는 것은 용(用)이다.

                   시전(詩傳)에 이르되 “큰 기러기는 홍(鴻)이요,작은 기러기
                는 안(雁)”이라 했다.서한(西漢)의 사신이 선우(單于)에게 이르
                되 “천자께서 상림(上林)에서 작은 기러기 한 마리를 쏘아 얻었
                는데 기러기 다리에 소무(蘇武)가 매어둔 편지가 있었소”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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