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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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翠微無學)선사를 뵈러 갔더니,때마침 당에서 경행을 하고 있
                었다.얼른 앞으로 다가서서 예를 올리고 묻되 “조사가 서쪽에
                서 온 비밀스런 뜻을 화상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납자들에게 보
                이십니까?”하니,취미가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돌아보았다.
                투자가 다시 사뢰되 “스님!지시해 주소서!”하니,취미가 이르
                되 “다시 두 번째 구정물 뒤집어쓰기를 바라느냐?”하매,투자

                가 활짝 깨달아 절을 하고 물러갔다.취미가 이르되 “그대는
                퇴타[墮]하지 말지니라”하니,투자가 대답하되 “때가 되면 뿌
                리도 싹도 저절로 날 것입니다”하였다.
                  다른 날,우연히 묻되 “어떤 것이 부처의 이치입니까?”하니,
                취미가 대답하되 “부처란 이치가 아니니라”하였다.투자가 다
                시 묻되 “공에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까?”하니,취미가 대답하
                되 “참된 공은 공하지 않는다”하고는 잇달아 참송(讖頌:예언
                송)을 지었다.“부처의 이치가 어찌 일찍이 이치겠는가?/참된

                공은 또 공하지 않는다/대동(大同)은 적주원(寂住院)에 머무르
                면서/우리 스승의 종지를 널리 펴거라”하였다.
                  투자는 본 고향인 동성(桐城)의 투자산으로 돌아갈 때 동성
                에서 처음으로 조주와 만나게 된다.조주가 이르되 “투자암의
                주인이 아니신가?”하니,투자가 대답하되 “장 볼 돈[茶監錢]이
                나 한푼 주시구려!”하고 응수했다.조주는 먼저 산으로 올라갔
                고,투자가 기름병을 들고 뒤따라 올라오니 조주가 이르되 “오

                래 전부터 투자의 소문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한낱 기름이나
                파는 늙은이였군!”하였다.투자가 이르되 “그대는 기름 파는
                늙은이만 보았지 투자는 알지 못하는구나!”하니,조주가 이르
                되 “어떤 것이 투자인가?”하였다.투자가 기름병을 들어 보이
                니,조주가 “기름이여,기름이여”하매,투자가 차상을 마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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