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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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71


                여 대접하고 몸소 호병(胡餠)하나를 들어 조주에게 건네주었
                다.조주가 개의치 않으니 투자가 시자로 하여금 호병을 전하
                게 하매 조주는 시자에게 3배를 하였다.일러 보라.그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소주(蘇州)영광사(永光寺)진(眞)선사가 상당하여 이르되 “말
                의 경위가 틀리면 한 고향이라도 만 리나 어긋나리니,바로 벼

                랑에 매달려 두 손을 털고 스스로 긍정하여 알아차려야 한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 그대를 속일 수 없을 것이다”하였다.
                조주가 이 뜻을 가지고 물었는데 투자가 아니었다면 끝내 대꾸
                조차 못했을 것을,그는 이르기를 “밤중에 다니기를 허락지 않
                노니,날이 밝거든 가거라”하였다.이는 속담에 껍질을 벗기지
                말고 흰 버들지팡이를 달라는 것과 같으나 이치로 따진다면 조
                주가 말한 것과 똑같으니,조주가 이르되 “내가 일찍이 후백(侯
                白)이었는데 다시 후흑(侯黑)이 있구나!”하였다.

                  투자는 이로부터 명성이 퍼지고 대중이 모여들어 위에 주청
                했는데 예언에 맞추어 적주원(寂住院)이라고 하였다.백운 단
                (白雲端)이 송하되 “태어났건 죽었건 어금니가 여전히 드러났
                는데/날 밝으면 떠나라 했거늘 벌써 간 이 있도다/뉘 집의 별
                당을 연못 안에 세웠던가/한 쌍의 원앙새를 그려내기 어려울
                네”하였거니와,천동이 일필휘지로 그려낸 송을 보기 바란다.



               송고
               겨자씨 성[芥城]과 겁 돌[劫石]로 묘하게 그 시초를 궁구하고
               -새로이 배운다는 티가 다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산 눈[活眼]은 허공 속에서 끝없는 우주를 꿰뚫어본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니,그대 속일 수 없을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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