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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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75
-팔은 밖으로 굽지 않는구나!
법안이 이르되 “나는 장경의 한 말씀도 알고 있지 않느니라”
하였다.
-거짓으로 모른 체한 것을 모르는구나.
자소가 이르되,“어째서 묻지 않으시는지요?”하니,
-이리[狼]를 불러들였더니,방안에다 똥을 싸는구나!
법안이 이르되 “만 가지 형상 가운데서 홀로 몸을 드러냈다 한
뜻이 무엇인가?”하매,
-마주 보면서 들이대었다.
자소가 불자를 세웠다.
-두 겹의 공안이로다.
법안이 이르되 “그것은 장경에게 배운 것이겠지만 수좌의 처지
[分上]에는 어떠한가?”하니,
-매를 빼앗고 회초리를 빼앗는구나.
자소가 말이 없었다.
-뛰어도 겨우 한 걸음을 뛰었구나.
법안이 다시 이르되 “‘만 가지 형상 가운데서 홀로 그 몸을 드
러냈다’한 것은 만 가지 형상을 무시한 것[撥]인가,무시하지 않
은 것인가?”하니,
-엉클어진 등덩굴이 도리어 박덩굴에게 쓰러졌구나!
자소가 대답하되 “무시하지 않은 것이다”하였는데,
-말이 두 토막으로 갈리는군!
법안이 이르되 “두 개[兩箇]로구나!”하였다.
-눈 밝은 이는 속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