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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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에서 따라 참문하던 이들이 모두가 이르되 “만 가지 형상
을 무시한다”하니,
-더욱 볼 수 없구나!
법안이 이르되 “만 가지 형상 가운데 홀로 몸을 드러내느니라.
척(聻)!”하였다.
-두 몫을 한 꾸러미에 싸는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법안이 오랫동안 장경 능(長慶稜)에게 참문하더니 어언 지장
(地藏)의 법을 이었다.장경의 문하에 자소(子昭)수좌가 있었는
데 평소에 선사(법안)와 고금의 일을 토론했던 터라 마음속으
로 분함을 못 이겨 무리를 거느리고 무주(撫州)로 가서 따져 물
으려 한 것이다.선사는 미리 알고 대중을 거느리고 마중을 하
되 특별히 예법을 다해 대접했다.손과 주인의 자리를 정하여
각각 불자를 걸고 차를 마시던 차에 자소가 느닷없이 정색을
하고 소리를 높여 따지고 들되 “장로께서 개원하셨는데 분명히
누구의 법을 이으셨습니까?”하니,선사가 대답하되 “지장이니
라”하였다.자소가 다시 따지되 “어찌 장경선사를 그토록 배
반하십니까?내가 함께 그 회하에 있기 수십 년 동안 고금의
일을 따져 토론하되 조금도 간격이 없었거늘 어찌하여 도리어
지장의 법을 이으셨습니까?”하였다.
그러나 이 일은 여러 생을 겪어야 함도 아니요,오래 배워야
함도 아니다.마치 일숙각(一宿覺)이나 고정 간(高亭簡)의 처지
를 어찌 외부 사람들이 따지고 들 일이겠는가?소수좌는 문풍
을 두둔해 보호하려고 토론이 통하지 않는 자리에서 까닭 없이
시비[譏剝]를 일으킨 것이다.법안은 그때 이 무리들이 꽉 막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