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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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79
는 것이 아니지만 배가 가므로 언덕이 달리는 것같이 보이는
것과 같다”하였고, 화엄경 에서는 이르되 “하나의 큰 경전이
있는데 부피가 대천세계 같되 한 티끌 속에 숨어 있고 모든 티
끌도 또한 그러하다.어떤 눈 밝은 사람이 먼지를 깨뜨리고 경
전을 끌어내어 모든 인간을 이롭게 구제한다”하였다.
천동이 이 두 권의 경을 인용하여 한 연(聯,짝)으로 만들어
만 가지 형상을 무시한다는 대목을 송한 것이나 그 만 가지 형
상이란 어떤 형상이며,홀로 드러났다는 것은 누가 드러났다는
것인가?이렇게 현전에 이루어진 공안이 가문의 법칙으로서 항
상 존속하거니,누가 다시 문호를 세우고 연단 말인가?화엄종
에는 세 척의 배로 달을 구경하면 각각 배를 따라 움직이고,
한 가닥 맑은 강에는 천 리 밖까지 외로이 응한다 하였다.또
한 혜숭(惠崇)의 시에는 이르되 “강은 산세에 따라 나뉘고 봄기
운은 불탄 흔적에 들어와 푸르다”하였고,사현휘(謝玄暉)의 시
에 이르되 “남은 노을이 흩어져 비단을 이루고/맑은 강은 깨
끗해서 바랜 무명[練]같도다/달은 세 척의 배를 따르고/봄은
일백 풀 끝을 따른다”하였는데,세 척의 배와 일백 가지 풀은
만 가지 형상이요,달과 봄은 홀로 드러난 것이다.
천동이 송에 “무시하느냐,무시하지 않느냐?”하였는데 지나
치게 마음이 성급했다 하겠다.여기서는 그저 자세하고 간곡히
일러주어야 마땅한 것이다.보지 못했는가?자방(子方)상좌 역
시 장경으로부터 법안에게 이르니,법안이 앞의 이야기를 들어
물었는데 자방이 불자를 들어올렸다.법안이 이르되 “그래 가
지고야 또 어쩌겠는가?”하니,자방이 이르되 “화상의 높으신
뜻은 어떠하십니까?”하였다.법안이 이르되 “무엇을 만 가지
형상이라 부르는가?”하니,자방이 대답하되 “옛사람은 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