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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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형상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하였다.법안이 다시 이르되
“만 가지 형상 가운데 홀로 그 몸을 드러냈거늘 무엇을 일러
무시한다,무시하지 않는다 하는가?”하매,자방이 활짝 깨달았
다.
법안이 앞의 이야기 끝부분에서는 이르기를 “만 가지 형상
가운데 홀로 그 몸을 드러냈다.척!”하였는데,이 이야기에서
는 이르기를 “만 가지 형상 가운데서 홀로 그 몸을 드러냈거늘
무엇을 일러서 무시한다,무시하지 않는다 하는가?”했으니,이
른바 “떠나고자 하면 문득 돌아가고,돌아오고 나면 문득 고향
[田地]이 그다지 멀지 않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속담에 맞는다
하겠거늘,소공[子昭]과 방공[子方]은 묘함을 규명하다가 종지
를 잃어 흐린 지혜로 흘러 헤맨 탓이리라.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이르되 “세 갈래
길이 거칠어져 가고 있으나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아 있다”하였
다.또 장후(蔣詡)의 자는 원경(元卿)인데 세 길을 만들어 놓고
양중(羊仲)․구중(求仲)만을 청해 벗삼아 거닐었다.이는 법안이
말을 듣고는 종지를 깨달아 두 스승의 묘법을 잘 개발하였으되
장경의 종지를 잃지 않았음을 송한 것이니,어떤 것이 장경의
종지인가?만 가지 형상 가운데서 홀로 그 몸을 드러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