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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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 “옛날에 세존께서 푸른 연꽃 같은 눈매로 가섭을 돌아보셨
                다.그때에 어떤 도리를 말씀하셨을까?”하니,수산은 문득 물
                러가 버렸다.
                  시자가 주실에 들어가 여쭙되 “염법화(念法華,수산)가 어찌
                하여 화상에게 응답을 않았겠습니까?” 하니,풍혈이 이르되
                “염법화가 알았느니라”하였다.다음날 수산이 진원두(眞園頭

                :汝州 廣慧院 眞先師)와 함께 올라가서 모시고 섰는데,풍혈
                이 이르되 “어떤 것이 세존께서 말씀하시지 않은 말씀이던고?”
                하니,진원두가 대답하되 “비둘기가 나무 끝에서 우는 뜻은 곡
                식밭에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하였다.풍혈이 이르되 “그대
                는 그렇게 많은 어리석은 복만 지어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어찌하여 말씀의 참뜻을 체득하지 않는가?”하고는 이어 수산
                에게 묻되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고?”하였다.수산이 대답하
                되 “옛길을 양양하게 걷는 이는 서글픈 감상에 빠지지 않습니

                다”하였다.이에 풍혈이 진원두에게 이르되 “그대는 어찌하여
                염법화의 대답을 귀담아듣지 않는고?”하였다.
                  수산이 나중에 출세(出世)해서 상당(上堂)하여 이르되 “정확
                히 알자면 물음을 가지고 나서지 마라.물음은 대답에 있고 대
                답은 물음에 있다.만일 물음을 가지고 온다면 노승은 그대들
                의 발밑에 있게 될 것이요,그대들이 망설여 헤아린다면 끝내
                어찌해 볼 길이 없을 것이다”하였다.

                  어느 날 죽비(竹篦)를 들고 이르되 “그대들이 이것을 죽비라
                부르면 집착함[觸]이 될 것이요,죽비라고 부르지 않으면 등짐
                [背]이 될 것이다.그대들은 무엇이라 부르겠는가?”하니,섭현
                (葉縣)의 귀성(歸省)화상이 빼앗아서 두 토막으로 꺾어 섬돌 밑
                으로 던져 버리고는 이르되 “이것이 무엇인고?”하였다.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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