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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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21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설두가 주장자를 든 뜻은 티끌을 세운다는 데 있으니 송하
                되 “촌 노인이 비록 (근심에)눈썹을 펴지는 못해도 집안과 나
                라의 웅대한 기틀을 도모하나니”하였고,또 “모신과 맹장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하였으니,이는 “같이 살고 같이 죽을 납
                승은 없는가?”한 것을 송한 것이며,“만 리의 맑은 바람만이
                스스로 알 뿐이다”라고 하였다.
                  “촌 노인이 눈썹을 펴지는 못한다”한 것은 화두가 자세히
                들어 있지 않았으니,본록(本錄)에는 다음과 같다.
                  풍혈이 상당하여 이르되 “만일 한 티끌을 세우면 나라가 흥
                하거니와 촌 노인은 이마를 찡그리고,한 티끌을 세우지 않으
                면 나라가 망하거니와 촌 노인은 평온해한다.여기에서 밝혀내
                면 그대들에게는 몫이 없는지라 완전히 노승의 몫이요,여기에

                서 밝혀내지 못하면 노승이 곧 그대들이니,그대들과 노승은
                천하 사람들을 깨닫게 하기도 하고 미혹하게 하기도 한다.그
                대들을 알고자 하는가?”하고는 왼쪽으로 손뼉을 한 번 치고
                이르되 “이것이로구나!”하고,“노승을 알고자 하는가?”하고는
                오른쪽으로 손뼉을 한 번 치고는 “이것이로구나!”하였다.
                  운문은 이에 대해 이르되 “이것[這裏]이라면 쉽지만 저것[那

                裏]이라면 어렵다!”하였고,낭야 각(琅琊覺)은 이르되 “표주박
                던지는 점[杓卜]으로 허공의 소리를 듣는다”하였거니와,만송
                은 이르노니 “운문은 화살 위에다 촉[尖]을 더하고 낭야는 뒤
                통수에서 말뚝을 뽑아낸 격이다”하노라.이 또한 한 티끌을
                세우느냐,폐하느냐에 따라 나라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
                는 도리이기는 하나 그 실제의 중심 말뚝이야 어찌 일찍이 조
                그만치인들 요동함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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