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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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23
라를 서로 양보하다가 마침내는 모두 멸망했다.나중에 무왕
(武王)이 주(紂=殷王)를 공벌하려 할 때에,말고삐를 붙들고 간
하되 “아버지가 죽어도 장사도 지내지 않더니,마침내 전쟁을
일으키니 효자라 하겠는가?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는 것을 인자
라 하겠는가?”하니,좌우가 죽이려 하거늘 태공이 이르되 “이
는 의인(義人)입니다”하고는 붙들어 일으켜 주고 떠났다.무왕
이 끝내 은을 정복하여 천하가 주를 따르게 되니,백이와 숙제
는 부끄러이 여겨 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 하고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꺾어먹다가 굶어죽었다.태공은 은을 쳐서 주를 떠받
드니,나라가 흥성한 것이요,백이와 숙제는 나라를 사랑하고
굶어죽었으니,나라가 망한 것이다.현수(賢首)국사는 오직 한
티끌을 변태시켜 백 가지 법문을 설했다.높은 이름은 백이와
숙제요,위대한 업적은 태공망이다.
낙포(洛浦)가 이르되 “촌 노인의 문 앞에서는 조정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으니,그러므로 편안히 농사에 힘쓸지언정 일찍
이 이마를 찡그릴 일이 없었다”하였는데,무슨 소리인가?작
용 없는 경지가 진짜 작용 있는 경지로 이루어지고,좋은 인연
이 곧 나쁜 인연으로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