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25
종용록 中 25
협산이 이르되 “눈앞에는 그대가 없고 여기에는 노승이 없다”
하였다.
-그림자 풀단이 몸을 따른다.
낙포가 문득 할을 하니,
-힘줄이 닳고 힘이 다하겠군!
협산이 이르되 “가만히 있거라.아직 경솔히 굴지 마라.
-아는 이는 바쁘지 않고,바쁜 이는 알지 못한다.
구름과 달은 같으나 산과 개울은 각각 다르다.
-석양의 거리,어두운 골목에서 생소한 나그네는 머리가 아찔하다.
천하 사람들의 혀를 끊어 버리는 일은 없지 않겠지만
-다만 송곳 끝 예리한 것만 보았지,
어찌 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할 줄 알게 할 수야 있겠
는가?”하였다.
-끌 대가리 모난 줄은 알지 못한다.
낙포가 말이 없으니,
-장사진(長蛇陣)앞에 부러진 활대가 땅에 즐비하구나.
협산이 문득 때리매,
-뜻밖에도 협산이 임제로 바뀐 듯하다.
낙포가 이로부터 굴복했다.
-재주가 눌리면 마땅히 떠나야지.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조사의 전등을 밝힌 모든 기록에는 한결같이 협산이 강자(舡
子)를 만나기 전에 이미 출세하여 윤주(潤州)경구(京口)죽림사
(竹林寺)에 머무르면서 법을 전해 준 스님의 이름을 밝히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