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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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화(興化)는 이르되 “다만 성불할 일만 생각할 일이지 중생
                에 대한 근심은 해서 무엇 하겠는가?”하였지만,만송은 이르
                노니 “그러나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는 숲을 이루지 못하니 어
                찌하리오?”하노라.
                  설두는 이르되 “그 승이 불쌍하고 애통스럽게도 임제를 무색
                케 했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자식을 기르되 아비에게

                미치지 못하면 가문이 당대에 쇠퇴한다”하노라.
                  “그가 이미 구름과 달은 같으니 나 또한 개울과 산은 각기
                다르다”하였으니,만송은 이르노니 “남산의 가을빛은 기상이
                나 형세가 서로 높아 간다”하노라.
                  “어찌 혀 없는 사람이 말을 할 줄 모른다고 하리오?”하였으
                니,만송은 이르노니 “아직은 분부를 전달하는 사인(舍人)같도
                다”하노라.
                  “앉을 방석으로 입을 틀어막았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

                니 “그에게 붙들려서 늘씬하게 한바탕 두들겨 맞은 일은 또 어
                찌하리오?”하노라.
                  “협산은 처방을 아는지라,틀림없이 밝은 창 밑에서 약봉지
                를 늘어놓을 것이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남에게 빌려
                온 근본 처방[本分草料]은 돌려주는 것이 좋겠다”하노라.
                  오조 계(五祖戒)가 “다시 도리를 말해 보라”하고는 문득 나
                가 버렸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독사의 성품이 영특하기는 하

                나 토해낼 것이 있다면 독기뿐이니라”하노라.
                  대양 연(大陽延)이 이르되 “그래도 화상께서 증명을 해주셔
                야지요!”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지란(芝蘭)의 기질은 시
                들어도 끝내 향기를 뿜는다”하노라.
                  약산의 한 종파는 실로 이어받거나 들기가 어렵고,운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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