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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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29


                마당 쓸기는 먼지가 하늘을 찌르고,낙포의 굴복은 원한이 끊
                이지 않거니와 혀 없이 말할 줄 알기와 손 없이 주먹 쓰기에
                장점이 있다 하겠다.설사 방망이와 할이 엇바뀌어 날리더라도
                겨우 반쯤만을 곁으로 드는 꼴이니,이 도를 온전히 붙들어 유
                지하는 일이라면 천동에게로 미루어야 한다.



               송고
               머리를 흔들고 꼬리를 흔드는 붉고 화려한 고기여,
               -입으로 향기로운 먹이만을 탐하다가 몸이 그물에 걸리는도다.

               철저히 의지한 데 없이 몸을 돌릴 줄 알도다.
               -오늘은 그물 밑에 끌리는도다.
               혀를 끊는 데도 기술이 있다지만

               -그대는 이제사 눈을 쓸면서 솔씨[松子]를 찾지만…….
               코끝을 흔들어 젓는 데도 묘하고도 신통하다.
               -나는 이미 풀섶을 뒤져 복령(茯苓)을 얻었노라.

               밤이 창밖에 밝음이여,달빛이 낮과 같고,
               -세 가지 광명의 힘을 빌리지 않으나
               바위 앞의 마른나무여,꽃송이는 항상 봄이로다.

               -한 가락 봄빛의 공[一色(功)]만은 가만히 누린다.
               혀 없는 사람이여,혀 없는 사람이여,
               -코로 대화를 하겠군!
               바른 영을 오롯이 제창하는 한 구절이 친근하다.

               -어두운 데서 주먹을 불끈 쥐어 뽐낸다.
               혼자서 하늘 밑을 거니니,분명하여 또렷하고,

               -참된 광명은 번쩍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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