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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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대로 천하를 횡행하니,즐거워서 흔쾌하다.
               -어지러운 것은 저쪽일 뿐,나에게야 무슨 관계가 있으랴?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낙포가 임제에게 하직을 고하니,임제가 이르되 “임제의 문
                하에 지느러미 붉은 잉어가 있더니,머리를 흔들고 꼬리를 휘
                두르면서 남쪽으로 가버렸다”하였으니,“철저하게 의지한 데
                없이 몸을 돌릴 줄 안다”한 것은 임제의 문하에서 이루어진

                일로서 지위를 바꾸거나 공부만을 바꿈으로써 완전히 같아지
                는 것은 아니다.
                  임제의 광록(廣錄)에 이르되 “법을 듣되 의지함이 없는 도인
                이라야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다.그러므로 부처님은 의지할 데
                없는 경지에서 생겼거니와 진정 의지할 데 없음을 깨달으면 부
                처도 얻을 수 없다.이렇게 볼 줄 아는 자는 진정한 견해를 가
                진 자이다”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만일 낙포가 몸을

                돌리지 못했다면 어찌 협산에게 할을 할 줄 알았으며 만일 몸
                을 돌렸다면 어찌하여 마지막에 말이 없었을까?판정해 보라”
                하노라.
                  천동은 그(낙포)에게 안목을 갖추었고 기술이 있다고 허락했
                지만 협산에게도 천하 사람들의 혀를 끊는 기능이 없지 않아서
                바른 영에 의거하여 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할 줄 알게
                하는 일에만 서두르면서 하늘을 찌르는 콧구멍을 가뿐가뿐 흔
                들어 저었다고 한 것이다.

                  불과(佛果)가 협산의 주문 외우는 소리가 이야기 소리 같은
                것을 보고 착어(着語)하되 “어디에서 그러한 한 토막의 새끼줄
                [一落索]을 얻었을까?”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그것이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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