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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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31
협산이 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하는 도리라”하노
라.불과는 그러한 한 토막의 새끼줄은 없고 단지 천하 사람의
혀를 끊었을 뿐이니,설사 따로 몸을 돌리고 기개를 토해내는
경지가 있더라도 꼭 혀 없는 사람의 말은 않을 것이다.그렇다
면 일러 보라.어떤 것이 이 사람의 경계일까?송에 이르기를
“밤이 창밖에 밝음이여,달빛이 낮과 같고,바위 앞의 마른나무
여,꽃송이는 항상 봄이로다”하였으니,이것이 혀 없는 사람이
누릴 바이다.한(漢)의 명제(明帝)가 광명전(光明殿)을 지었는데
구슬[珠璣]로써 발[簾箔]을 만들고,금문지방[金戺]과 옥섬돌[玉
堦]로 밤낮으로 항상 밝게 했었다.
동안 찰(同安察)이 이르되 “바위 앞의 마른나무에서 길을 어
긋나는 이가 많다”하고,동산이 이르되 “바로 마른나무 위에
서 꽃을 따야 한다”하였으니,이 송의 뜻은 방망이나 할에 높
고 험준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백 자 장대 위에서 다시 한 걸
음 내디뎌야 비로소 혀 없는 사람이 말할 줄 아는 도리를 얻을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이렇게 보건대 혀 없는 사람이 토해내
는 말이라야 비로소 바른 영을 온전히 제창하는 친절한 한 구
절임을 알 것이다.이 경지에 이르면 눈이 사해에 높은지라 혼
자서 하늘 밑을 걸을 것이다.
나중에 낙포가 이르되 “천하 사람들이 즐거워서 흔연해하더
라도 나만은 수긍치 않으리니,설사 천하 사람들이 그에게 혀
끊기는 일을 당하여 달게 여기더라도 협산이 이르기를 ‘위를
향하는 한 구멍이 다시 남았다’하였으니,어떤 것이 위를 향
하는 한 구멍인가?혀 없는 사람이 말을 할 줄 아니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