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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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53
봉이 이르되 “그랬더냐?”한 것을 송한 것이다. 화엄경소 에
이르되 “제석천왕의 궁전에는 구슬을 꿰어 그물을 만들었는데
빛과 그림자가 서로 비추어 겹겹이 다함이 없다”하였다.이는
공안의 대의를 송한 것이니 구절구절을 꼭 배대해서 국집[膠柱
調絃]할 필요는 없다.
운문이 이르되 “후백뿐이라 여겼는데 다시 후흑(侯黑)이 있
구나!”한 것은,수(隋)나라 때 후백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자는
군소(君素)였고,익살과 말재주가 능숙한 사람이었다.대장군
양소(楊素)가 그를 보고 잘 아는 터라 정이기(旌異記) 를 찬술
했는데 인간과 신의 보응이 심히 자세하여 가히 볼 만하다.당
나라 때의 이백(李白)은 시에 능했는데,나중에 이적(李赤)이라
는 자가 이백의 흉내를 냈으나 전혀 비슷하지도 않아서 사람들
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다.이제 후흑이라는 것도 역시 그러한
종류이다.어떤 책에는 이르되 “나는 벌써 후백이었는데 그대
다시 후흑이라”하였으니,더욱 심하다는 뜻이다.
총지(總持)에 세 종류가 있으니,많은 글자,한 글자,글자 없
음[無字]으로서 모든 법문을 총괄해 지닌다는 뜻이다.삼매는
정수(正受),즉 바른 선정이다.천동의 송에,편과 원[偏圓]이라
함은 이와 사[理事]를 가리킨다.관국사(觀國師:청량)께서 이
르되 “이치는 원하고 말은 편하니 말이 생기면 이치는 죽는다”
하였고,천태지관에 이르되 “원이삼점(圓伊三點)은 삼수변의 세
점처럼 세로로 놓인 것도 아니며,불화변의 네 점처럼 가로놓
인 것도 아니다.세로로 삼제를 다했기에 높다 하고 가로로 시
방에 두루했기에 넓다”한다.그러므로 법화경 에 이르되 “그
수레는 높고 넓다”하였다.
천동은 곁으로 교해(敎海)까지도 통달하고,훤하게 이론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