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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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대낮에는 등 심지를 돋구니 않습니다”하였다.
-말하기는 분명히 하나 꼬집어내기란 더욱 어렵다.
낙포가 이르되 “지금이 어떤 때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가?”하
니,
-돈 잃고 죄를 받았다.
언종상좌(彦從上座)라는 이가 있다가 나서서 이르되 “이 두 가
닥의 길을 떠나서는 스님은 더 묻지 마시기 바랍니다”하였다.
-처음과 끝의 입을 열기는 쉬우나,추운 겨울 소나무의 마음은 보존키
어렵다.
낙포가 이르되 “틀렸다.다시 일러라”하니,
-시는 거듭 읊어야 비로소 공을 본다.
언종이 이르되 “저는 말로는 다할 수 없습니다”하였다.
-사람으로 하여금 풍류를 울리는 꼴을 보지 않게 하려 함이라.
낙포가 이르되 “나는 그대가 말로 다할 수 있거나 말로 다할
수 없거나에 관여하지 않는다”하니,
-밑이 빠졌으니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
언종이 이르되 “저에게는 화상께 대꾸할 시자가 없습니다”하
였다.
-그림자를 만드는 풀단이 언제나 몸을 따라다닌다.
저녁이 되자,언종상좌를 불러서 이르되 “그대가 오늘 대꾸한
것에는 어떤 까닭이 있는가?
-그저 애써서 머리를 흐리게만 하는군!
마땅히 선사(先師)께서 이르시기를 ‘눈앞에 법이 없건만 뜻이
눈앞에 있다’하신 것에 부합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