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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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福州)나산(羅山)도한(道閑)선사는 먼저 석상(石霜)에게
묻되 “일어나고 멸함이 멈추지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하니,
석상이 대답하되 “바로 마른나무 식은 재같이 되게 하고,한
생각이 만 년 가게 하고,함과 뚜껑이 서로 맞듯이 되게 하고,
순수히 깨끗하여 티가 없게 하라”하였다.선사(나산)는 계합하
지 못하여 암두에게로 가서 물었더니,암두가 할을 하면서 이
르되 “누가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고?”하매,나산이 이때 깨달
음이 있었다.
아마도 암두는 오직 소견이 명백함을 귀히 여겼고 석상은
고목당(枯木堂)을 두어,직접 거기까지 한번 와서야 비로소 얻
기를 요했던 것 같다.보지 못했는가?서암(瑞岩)이 암두에게
묻되 “어떤 것이 본래 항상한 이치입니까?”하니,암두가 이르
되 “움직였다”하였다.서암이 다시 묻되 “움직였을 때엔 어떠
합니까?”하니,암두가 이르되 “본래 항상한 이치를 보지 못하
느니라”하였다.서암이 우두커니 생각하고 있으니,암두가 이
르되 “긍정하면 근진(根塵)을 벗어나지 못하고,긍정하지 않으
면 영원히 생사에 빠지느니라”하니,서암이 깨달았다.
암두는 영특함이 뛰어나서 학인들을 깨우쳐 줌이 정확하고
정민(精敏)하여 덕산에 못지 않더니 나중에 나산법보를 배출하
였으니,가히 얼음이 물보다 차다는 격이 되었다.위산이 앙산
에게 “다만 그대의 안목이 바르기만을 귀히 여기고,그대의 지
내온 길은 묻지 않겠다”한 것과 같다.
나산이 물은 것은 천하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거늘,요즘의
초학자들은 간혹 그 속에서 살아날 궁리를 하면서 마치 물위에
서 호롱박을 누르듯이 번뇌를 굴복시켜 끓으려 한다.지각(智
覺)이 이르되 “마음과 짝을 하지 마라.마음이 없으면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