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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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77
평온한 곳에서는 다리를 뻗는다.
-죽이 묽거든 끝에 앉으라.
발밑의 실이 끊어지면 내가 자유롭고,
-발길에 맡기다 보니 창주를 지나왔네.
코끝에 진흙이 다하니,그대 깎으려 마라.
-피차에 편리함을 찾는구나!
움직거리지 마라.
-이미 뒤틀리는 손이 어지러이 흔들리는데…….
천 년 묵은 종이가 약에 쓰이는 수가 있느니라.
-대단히 신기한 효험이 있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황벽(黃蘗)이 처음으로 백장(百丈)에게 참문하니,백장이 이르
되 “우뚝우뚝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무엇 하러 왔는고?”하니,
황벽이 이르되 “우뚝우뚝하고 당당한 모습은 딴 일을 위함이
아닙니다”하였으니,“우뚝우뚝하고 당당하며,태연하고도 자약
하다”한 것은 모두가 대장부의 모습이다.
창칼이 빽빽한 숲에 몸을 던져 곧장 지나가고,가시덤불 무
더기 사이로 손을 흔들면서 걸어간다.발꿈치 밑에는 5색의 실
이 없고,혀끝 위에는 10자의 관문도 없다.코끝에는 진흙 흔적
이 없고 눈 속에는 금부스러기가 없으니,그 어찌 안락하고 쾌
활한 첨지가 아니겠는가?
천동의 “움직거리지 마라”한 글자로 만송의 네 개 아니 불
자와 바꾸어 보라.문득 한 글자 법문이 바다로 먹을 삼아서
써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