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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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대(思大)가 이르되 “삼세의 부처님들이 나의 한입에 삼켜져
                버렸다.어디에 다시 제도할 중생이 있겠는가?”하였으니,이는
                물이 스미려 해도 통하지 못하고 범부와 성인의 길이 끊긴 경
                지다.이럴 때를 당하여 온 허공법계로 한 조각의 옛 거울[古
                鏡]을 삼고,괴겁(壞劫)의 비람풍(毘嵐風)으로 갈며,성겁(成劫)
                의 금장운(金藏雲)으로 닦아서 물과 하늘이 한 빛이 되게 하고,

                구름과 달이 빛을 사귀게 할지니,모두가 순수하게 맑아서 티
                가 다한 쪽의 일이다.
                  여기에는 말이 담박하여 맛이 없으니,마치 초생달로 낚시를
                삼고 구름으로 미끼를 삼은 것 같아서,고기나 용이 삼킬 수가
                없다.성탕(成湯)이 그물에 축원하던 것이야 그대의 생각이지만
                여망(呂望)이 낚시를 드리운 것은 나의 인연에 따른 것이다.
                  듣지 못했는가?산전 밭에서 난 겉좁쌀 밥과 누렇게 뜬 야채
                국이로다.자시려거든 그대 마음대로 드시고,자시지 않으려거

                든 그대 마음대로 동․서․남․북 떠나시라 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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